디지털 유산

국내외 디지털 유산 관련 판례 분석

w-bear 2025. 4. 7. 16:22

디지털 유산은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온라인에서 남긴 콘텐츠, 계정, 디지털 자산 전반을 의미합니다. 이메일, SNS, 블로그, 유튜브 채널, 클라우드 저장소, 암호화폐 지갑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점차 그 법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 유족이 계정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 대상이 되었을 때
  •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가족의 알 권리가 충돌할 때

이러한 갈등 상황 속에서 국내외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아래에서는 실제 판례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유산의 법적 지위를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유산: 판례

1. 국내 주요 판례 분석

 판례 1: 유족의 페이스북 계정 접근 요청 – 서울고등법원 2019

사건 개요
20대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페이스북 코리아에 계정 접근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자, 페이스북을 상대로 계정 정보 제공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 개인정보보호법 vs 유족의 알 권리
  • 페이스북 이용약관의 유효성
  • 사망자의 디지털 유산의 소유권

판결 요지
법원은 페이스북 측의 약관상 "계정은 개인에게만 귀속되며 양도 불가"라는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가족의 정당한 접근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접근 권한 제공은 서비스 제공자 재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의미

국내에서는 디지털 계정도 일정 부분 ‘재산’으로 간주되며, 유족의 접근 요청이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인정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판례 2: 저작물 상속과 수익 분배 갈등 – 서울중앙지법 2017

사건 개요
한 유명 작가가 사망한 후, 그의 블로그 콘텐츠와 출판 저작물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두고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권을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 저작권은 상속 가능한가?
  • 사망 전 유언장의 효력
  • 저작재산권의 공동 상속 구조

판결 요지
법원은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재산권은 민법상 재산권으로 상속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고, 유언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상속 순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의미

디지털 콘텐츠도 저작물로 인정받고, 저작권 상속 구조가 분쟁의 핵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3. 해외 주요 판례 분석

미국 – In re Facebook Account of Justin Ellsworth (2004, 미시간주)

사건 개요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 해병대원 Justin Ellsworth의 부모는 그의 이메일 및 페이스북 계정 접근을 요청하였으나, 야후(Yahoo!)는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약관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미시간 주 법원은 “사망자의 개인정보도 유족의 알 권리와 감정적 치유를 위해 일정 부분 열람될 수 있다”고 판단, 야후에게 이메일 자료 제공을 명령했습니다.

 

의미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보다는 유족 보호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별도 입법(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을 통해 상속 접근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독일 – Bundesgerichtshof 판결 (2018)

사건 개요
사망한 15세 독일 소녀의 페이스북 계정을 유족이 확인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죽음에 대한 경위를 확인하고자 법적 절차를 밟았습니다.

 

판결 요지
독일 연방대법원은 **"디지털 콘텐츠도 일종의 유산이며, 법적 상속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페이스북 메시지 및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습니다.

 

의미

유럽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전통적 유산처럼 보호해야 한다는 법리가 강하게 인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입니다.

 

일본 – 암호화폐 상속 문제 사례 (2021)

 

사건 개요
한 30대 암호화폐 투자자가 사망했으며, 거액의 비트코인이 지갑에 남아 있었지만, 비밀번호를 몰랐던 유족은 자산을 상속받지 못함

 

법적 쟁점 및 결과
일본 법원은 암호화폐도 재산으로 인정했지만, 기술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의미

디지털 유산은 법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접근 권한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표 사례입니다.

 

4. 판례를 통해 보는 핵심 교훈 5가지

1. 디지털 유산도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국가에서 점차 디지털 콘텐츠나 계정, 암호화폐 등을 재산권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근거 마련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2. 유언장 및 생전 정리가 핵심이다

디지털 계정 및 콘텐츠에 대한 접근 권한, 삭제 의사, 소유권 이전 등에 대한 의사를 생전에 명시해두어야 유족의 법적 접근이 용이해집니다.

3. 플랫폼의 정책과 법이 충돌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의 글로벌 플랫폼은 자체 약관에 따라 접근을 제한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점차 상속자 권리 우선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4. 저작권과 저작재산권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사후에도 저작권은 유지되며, 재산적 권리는 상속되지만 인격권은 상속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고 유족 간의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기술적 접근 수단 확보는 실질적 필수

법원이 유족에게 접근을 허용하더라도, 비밀번호나 2차 인증 수단이 없으면 실질적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생전 공유 또는 보관이 필요합니다.

 

5. 향후 법제도 개선과 우리의 준비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아직 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합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관련 입법이 추진 중이며, 한국에서도 정보통신망법, 민법, 저작권법 등의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주요 계정 및 디지털 자산 목록 작성
  • 저작물의 권리자 지정 및 저작권 등록
  • 유언장에 디지털 유산 항목 포함
  • 가족과의 정보 공유 및 정기적 정리

우리는 더 이상 종이 위의 재산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블로그 글 한 편, 영상 하나, 게임 속 캐릭터, 이메일 대화, 비트코인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과 생각이 녹아든 디지털 유산입니다.

국내외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이러한 자산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그 상속 여부와 관리 방식에 따라 가족의 권리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자산이 ‘소멸’이 아닌 ‘계승’이 되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