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한국의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 현황 및 한계

w-bear 2025. 4. 9. 22:06

디지털 시대가 깊숙이 자리 잡은 오늘날, 우리의 삶은 온라인 공간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깁니다. 이메일, SNS, 클라우드, 온라인 콘텐츠, 암호화폐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사망 이후에도 고스란히 남으며 디지털 유산의 개념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와 같은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디지털 유산 관련 법률 현황과 제도적 한계를 중심으로 알아보고,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디지털 유산이란?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란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하거나 소유했던 자산이 사망 후에도 남아 상속 또는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디지털 유산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SNS 계정 및 게시글, 사진, 동영상
  • 이메일 계정과 첨부 파일
  • 블로그, 유튜브 채널, 도메인
  • 클라우드 저장 파일
  • 암호화폐 및 가상자산
  • 온라인 쇼핑몰 포인트 및 게임 아이템

 

2. 한국의 디지털 유산 법률 현황

 민법 상의 상속 규정 적용

현재 한국에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별도의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민법 제1005조(상속의 개시)**에 따라 사망과 동시에 고인의 재산이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된다고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는 유체재산(물리적 자산) 중심의 해석이므로, 디지털 자산에는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적용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 이용자의 사망 시 계정 삭제 요청 가능
  •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 고인의 정보 삭제 및 처리 정지를 유족이 요청 가능

다만, 이들 법률은 이용자의 권리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상속 및 관리 측면에서의 체계적인 기준은 부족합니다.

 플랫폼 별 정책에 의존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유산은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해외 플랫폼의 자체 정책에 따라 처리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구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으로 사전 지정 가능
  • 페이스북: '계정 관리인' 제도 운영 중
  •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지정 기능 제공

한국의 플랫폼에서는 유족이 고객센터에 요청하고 사망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나, 처리 절차나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제한적입니다.

 

3. 현재 제도에서의 한계점

 1) 법적 정의 및 범위의 모호성

  • 디지털 자산의 정의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음
  • SNS 계정, 블로그 콘텐츠, 포인트, 쿠폰 등은 상속 대상인지 여부가 불명확

 2) 상속권과 개인정보 보호권의 충돌

  •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유족이 열람하거나 삭제하려는 경우, 고인의 프라이버시와 충돌할 수 있음
  •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유족의 정당한 접근이 제한되는 사례 존재

 3) 플랫폼별 비표준적 대응

  • 각 플랫폼마다 대응 방식이 상이하여 유족의 혼란 가중
  • 한국 내 법률로 이를 일관되게 강제할 수 있는 근거 부족

 4) 디지털 자산의 경제적 가치 평가 미비

  • 암호화폐, 유튜브 수익, 도메인 등은 고액 자산임에도 별도 세법 규정 미비
  • 상속세 신고 시 평가 기준 모호

 

4. 국외 사례와 비교

 미국

  • 주(州)별로 디지털 유산 상속 관련 법 제정 활발
  • RUFADAA(통일 디지털 자산 접근 및 이용 법률): 사망자의 온라인 자산에 대한 상속인의 접근 권한을 법률로 규정

 유럽

  • GDPR 규정 하에서도 일부 국가(독일, 프랑스)는 유족의 접근 권한 인정
  • 플랫폼과 유족 간 계약 해석에 따라 유산 분배 가능

 일본

  •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 세미나, 매뉴얼 제작
  • 암호화폐의 상속 시 별도 양도 절차를 공식적으로 안내

 

5. 한국에서 필요한 개선 방향

 1) 디지털 자산 정의 및 법적 지위 명확화

  • 민법 개정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상속 대상 자산'으로 명시할 필요
  • 유형별 자산(계정, 수익, 콘텐츠, 암호화폐 등)의 구체적 정의 마련

 2) 플랫폼 대상 가이드라인 및 규제 정비

  • 플랫폼별 사후 처리 기준의 표준화 유도
  •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은 의무적 계정 처리 정책 공시 필요

 3) 개인정보 보호법과 상속법의 조화

  • 고인의 사후 권리와 유족의 상속권이 균형 있게 조율되도록 별도 기준 마련
  • 유언장이 없는 경우의 상속인 권한 범위 명확화

 4) 국민 인식 제고 및 교육

  • 디지털 유산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과 공공 교육 확대
  •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포함을 유도하는 행정 가이드 배포

디지털 유산은 단순한 개인정보의 문제를 넘어, 법적 상속 자산으로 명확히 다루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법률 체계는 아직 디지털 자산의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개념부터, 한국의 법률 현황, 제도적 한계, 그리고 향후 개선 방향까지 체계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법과 제도는 항상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글을 계기로, 자신의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준비할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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